[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3] 국내외 원자력 발전 산업의 현황과 미래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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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7 07:33  |  수정 2023-04-30 11:36  |  발행일 2023-04-27 제13면
국내 원전 30기시대 눈앞…건설·운영 능력 앞세워 세계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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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원자력산업 국제회의'에서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5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30여 개국, 600여 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여해 12개 전문분야별 기술세션을 통해 약 300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5천103TWh~5천810TWh.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50년 세계 원자력 발전 연간 발전량이다. 이는 2021년 발전량(2천776TWh)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세계 원전 시장이 두 배가량 성장할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고 관련 산업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은 물론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친원전 정책을 확대하고 원전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3편에서는 국내외 원자력 발전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다룬다.

최근 에너지 안보·탄소중립 맞물려
세계 각국 원전산업 육성에 팔걷어
23~27일 경주 원자력산업국제회의
30여 개국 참석 논문 300여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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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열린 원자력산업 국제회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 달성에 있어서 원자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수단으로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글로벌 기후변화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온 에너지 위기 속에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에 궁극적인 솔루션으로 원자력이 갖는 중요성은 아마도 여기 계신 분들께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가속하고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정부 주요 인사들이 축사를 통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좌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지난 24일 오후 1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에서 열린 '2023 원자력산업 국제회의(ICAPP)' 개회식의 풍경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달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스티븐 아른트(Steven A. Arndt) 미국원자력학회장, 신이치 가와무라 일본원자력학회장 등 수많은 세계 원자력 관련 인사가 자리했다. 개막 행사에 이어 진행된 특별 세션에서는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각국의 대표들이 탄소 중립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ICAPP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의 원자력학회가 매년 돌아가며 여는 학술 행사다. 한국에서는 2005년과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경주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3~27일 닷새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30여 개국, 600여 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세션을 통해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ICAPP와 함께 '2023 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이 지난 24~26일 HICO에서 함께 진행됐다. 경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에는 4개국, 47개 기업이 참여해 부스를 차려놓고 자신들의 원자력 분야 기술과 제품 등을 소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내 원전 앵커기관뿐만 아니라 오라노, 웨스팅하우스, 프라마톰 등 해외기업과 국내 우수 업체가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전시 부스 운영 외에도 원전기업 지원사업 통합설명회, 원자력·전력 기자재 구매 상담회, 중소기업 수출상담회, 통합채용박람회 등 부대행사도 병행했다.

◆다시 호황기 맞은 원자력 발전 산업

세계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불과 66년 전인 1956년 10월, 영국에서 첫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겪으며 원전은 급성장했다.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나던 원전 수는 1990년대부터 정체기를 맞는다. 원윳값이 안정화된 데다 에너지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증폭시켰다.

최근 들어 세계가 다시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확장 통화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갈수록 경고음이 커지는 세계적 기후 위기가 주된 배경이다.

저렴하면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재조명받는 것이다. 건설·운영 기술 발전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향상하며 원자력의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에 포함하며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 분류체계)' 범주에 넣었다.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다.

미국은 지난해 원자력 발전을 '탄소제로전력(Carbon Pollution Free Electricity·CFE)'으로 분류해 상업 원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후 원전 조기폐쇄 방지를 위해 60억달러도 배정했다. 또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기업 뉴스케일(Nuscale)에 13억6천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세계 원전 수도 증가세다. 영국은 2050년까지 최대 8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고, 전체 전력생산 중 원전 비중을 15%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 역시 2050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하고, 8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벨기에는 노후 원전 2기의 계속 운전 기한을 2025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6월 "세계 원전 발전설비량이 2020년 415GW에서 2050년 812GW로 2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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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을 찾은 방문객들이 원자력 관련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원전 산업 활성화, 수출 기대감

원전 확대라는 세계 흐름에 맞춰 한국의 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올해부터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켰다. 또 올해 1월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원자력 산업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을 공고했다.

이에 국내 원자력 산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경주 월성 5기와 울진 한울 7기를 포함해 모두 25기다. 여기에 올해 준공 예정인 울진의 신한울 2호기가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됐다가 최근 건설 재개 결정이 난 신한울 3, 4호기도 내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울산 새울 3, 4호기도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원전이 모두 완공되면 국내 원전은 총 30기로 늘어난다.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당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UAE의 국제 공개경쟁 입찰에서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 미국의 GE·일본의 히타치 컨소시엄을 누르고 400억달러(47조원) 규모의 원전 4기 건설과 운영 사업을 따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이집트, 체코, 폴란드 등을 상대로 두 번째 원전 수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나라를 직접 찾아 수주 활동을 하고,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한국의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을 적극 홍보 중이다. 한국 원전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은 원전을 운영하며 1995년 OPR1000, 2002년 APR1400, 2012년 APR+ 등 한국형 원전을 잇달아 개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시공 능력과 건설 단가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3천571달러/㎾로 미국 5천833달러/㎾, 프랑스 7천931달러/㎾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 원자력 산업의 중심인 경북도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업단지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해 원자력 산업 호황기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조항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환경 규제는 보다 강화되고 에너지 안보라는 상황까지 맞물려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일부 대체해 공장 등 많은 전기가 안정적으로 필요한 곳에 전기를 수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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