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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칼럼]탈원전, 국부를 흩뜨리는 일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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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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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칼럼]탈원전, 국부를 흩뜨리는 일 

‘원전 함께 줄이는 최고의 재활용 도시’ 또는 ‘절약하는 당신이 원전 하나 줄이는 녹색발전소’. 요즈음 서울 시내버스 어깨에 종종 쓰여 있는 문구들이다. 탈원전 운동을 벌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의 달리는 광고판이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 시행된 쥐잡기 운동의 구호는 ‘쥐는 살찌고 사람은 야윈다. 쥐를 잡자’였으며, 그 이듬해에는 ‘남은 쥐 모두 잡자’로 바뀌었다. 이대로 가면 버스들도 ‘남은 원전 모두 없애자’로 바꿔 달지 모르겠다.

현 정부 출범 한 달 후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에서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있었다.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강조한 신임 대통령과 더불어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출범한 정부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한 대통령이 그간 운영되던 발전소 하나를 폐쇄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일은 사실 의외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고, 그 후 탈원전은 이 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이 되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에 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가장 오래된 시설인 만큼 크고 작은 사고가 제일 많았던 것은 당연하다. 이를 정확히 40년 사용하고 폐기한 것이다. 이어서 약 7000억 원을 들여 대대적 보수를 마치고 2022년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던 월성 1호기 역시 2019년에 영구정지되었다. 이 과정에 대해 감사원은 장관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의 경제성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낼 모양이다. 여하튼 정부는 앞으로 2034년까지 설계수명을 다하는 11기의 원전을 추가 폐쇄한다고 밝혔다.
 

원전과 같은 기계장치의 설계수명이란 무엇일까? 자동차는 5년 만에 폐차시켜야 할 때도 있지만 잘 관리하면 20년이 지나도 멀쩡하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설계수명이 30∼40년 이내라고 안전 가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계속 해결하고 수리하며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설계수명에 이르면 전체적인 점검과 그에 따른 대대적 보수가 필수적이다. 즉, 기계장치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완전히 버려야 하는 식품류와 전혀 다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체 100기에 가까운 원전 중 절반이 현재 40년 넘게 가동 중이며 그 대부분은 이미 60년 운영을 허가받았다. 그리고 최근 그중 6기에 대해 추가로 20년 연장을 허가했으니 원전 80년 가동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일이다. 

 

출처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616/107473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