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4] 소형모듈원자로(SMR)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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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1 07:26  |  수정 2023-05-11 07:29  |  발행일 2023-05-11 제10면
국내 기술혁신·실증사업 중추役…'꿈의 원전' SMR 상용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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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에 전시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일체형 다목적 'SMART원자로' 모형. 세계 각국은 이상 기후와 에너지 위기 돌파를 위한 대안으로 소형원자로를 주목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속 '아이언맨'은 하늘을 날면서 강력한 광선을 쏘아대며 적을 무찌른다. 보통의 인간을 초능력자에 필적하는 존재로 바꿔주는 아이템은 바로 금속 슈트다. 영화 설정상 이 슈트 가슴에는 '아크 원자로'가 붙어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초소형 원자로가 슈트의 에너지원인 것이다. 또 다른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미래에서 온 로봇이 초소형 핵 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초소형은 아니더라도 기존 대형 원전을 100분의 1 이하로 축소한 '작은 원전'이 세계적인 화두다. 이른바 SMR(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이다. 세계는 현재 이상 기후와 에너지 위기돌파를 위한 대안으로 SMR를 주목하고 있다.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성, 경제성이 뛰어난 데다 활용성도 높아서다. 세계 각국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SMR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4편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혁신이라 불리는 SMR를 소개한다.

'전천후 원전' SMR
기존 대형원전 100분의 1로 축소
건설기간·비용 줄고 안전성 강화
수중 설치 등 지형적 한계도 없어
글로벌 SMR 시장 年 22% 성장
2035년 최대 630조원 규모 전망

◆원자력 발전의 미래 SMR

SMR는 전기출력 300㎿e 이하의 소형원자로를 가리킨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 발전을 전기출력 규모에 따라 대형(1천㎿e), 중형(300~700㎿e), 소형(300㎿e)으로 구분하고 있다. 소형 중에서는 세부적으로 20㎿e 이하를 초소형원자로(Micro-reactor)로 구분하기도 한다.

SMR는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하나의 용기에 들어있다. 기존 대형 원전을 소형·단순화해 크기가 작다. 소형화된 원전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우선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건설공사 비용도 적은 편이다. 또 안정적으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면서도 탄력적 출력 제어가 가능하다. 핵연료 농축도를 15~20% 수준으로 높이면, 10년 이상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대형원전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출력이 적고 고유·피동 안전성이 높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영향이 제한적이다. 지하나 수중에 원자로 모듈을 배치할 수 있어 지진이나 쓰나미, 미사일 공격 등으로부터 위험도 적다.

무엇보다 SMR는 대형 원전이 지어지기 어려운 곳에 건설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하나의 모듈로 제작돼 트럭이나 기차, 선박 등을 통해 원자로 부지로 옮겨 설치만 하면 된다. 육상, 극지대뿐만 아니라 해상부유식 원전이나 선박용 원자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기에서 10여 기까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전력만큼 모듈을 설치할 수 있어 활용도가 더욱 높다.

그동안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대형 원전을 건설할 수 없었던 국가나 지역에 도입이 가능한 셈이다. 원전 건설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개발도상국이나 국토 면적이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 등이 SMR 건설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SMR는 기존 노후화된 화력발전소 등을 대체하며 탄소 중립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세계 발전소(12만7천기)의 96.5%는 전기출력 300㎿e 이하의 소형이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 운전한 화력발전소는 1만8천여 기에 달한다. 이런 화력발전소는 비슷한 전기출력을 가진 SMR로 대체가 가능하다.

조항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양은 급증하고 있지만 탄소 배출 등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며 "여기에다가 최근 에너지 안보 문제까지 겹쳐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SMR 개발은 새로운 트렌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 경쟁 '잰걸음'
정부 '혁신형SMR' 개발 본격화
2030년대 세계시장 진출 청사진
경주에 SMR국가산업단지 조성
지원센터·과학연구소 등도 구축
기술 노하우 바탕 연구개발 견인

◆불붙은 SMR 개발 경쟁

앞으로 원자력 발전 산업은 SMR로 인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SMR 시장규모가 최대 630조원 규모에 이른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각국은 SMR 상용화를 위해 앞다퉈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만 해도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6개 기업이 SMR 상용화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은 정부 주도로 만든 기업을 통해 SMR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SMR만 70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SMR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다. 뉴스케일파워는 전기출력 60㎿e인 SMR '뉴스케일'(NuScale)을 개발해 상용화 준비 중이다. 뉴스케일은 원자로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해 전기출력을 최대 720㎿e까지 늘릴 수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잇따른 투자 유치 성공과 미국 정부의 지원 덕에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주(州)에 SMR 타운을 건설하고 있다.

중소형 원자로 안전성 검증 실험장치(SMART-ITL)
중소형 원자로 안전성 검증 실험장치인 SMART-ITL의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 대기업들도 뉴스케일파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1억4천만달러, 삼성물산 7천만달러, GS에너지 4천만달러 등이다.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뉴스케일파워 지분만 15%에 이를 정도다.

한국도 SMR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모두 3천99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2030년대에 차세대 SMR 노형(경수로, 중수로 등 원자로의 종류)을 개발해 세계 SMR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목표다.

사실 한국은 소형원자로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원전 강국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일체형 다목적 'SMART(System-integran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를 개발해 2012년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SMART는 전기출력 100㎿e 이상인 소형원자로인데, 인구 10만명의 중소도시에 필요한 전기(약 10만㎾)와 깨끗한 물(하루 4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설계수명은 60년이다.

SMART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로 연구·개발에만 17년이 걸렸다. 투입된 예산만 3천44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SMART는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11년 동안 상용화는 되지 못했다.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캐나다 앨버타주(州)와 SMART를 포함한 SMR를 앨버타주 탄소 감축에 활용하기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며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협약은 앨버타주 오일샌드(지하에서 생성된 원유가 지표면까지 올라오다가 수분이 빠지며 굳은 것) 채굴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스마트를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SMART 건설 타당성 등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할 계획이다.

경주에 들어서는 SMR 국가산업단지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경주에 들어서는 SMR 산업단지와 SMR혁신 제조기술 지원센터,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 SMR 산업 인프라가 앞으로 국내 SMR 연구개발과 실증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상익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기반조성사업단장은 "현재까지는 미국이 SMR를 주도하는 것 같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원전을 지은 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문제에 직면해 상용화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반면 한국은 꾸준히 대형 원전을 건설하며 각종 노하우가 쌓여있고 관련 업체들도 많이 존재한다. 뉴스케일파워가 한국 기업 투자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최종적으로 누가 먼저 SMR 상용화에 도달할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한국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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