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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원전, 제발 이제는 전문가의 말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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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1 /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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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창규 POSTECH 겸직교수 (전 ADD 소장)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비전문가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하다보면 결과적으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일게다. 요즈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탈 원전 정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특히 탈 원전 정책의 경우 과연 이것이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그동안의 통상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 원전은 단순히 원자력발전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매우 다르다. 우선은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과 연계가 되어야 하고, 특히 에너지 정책 중 전력 수급계획과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반적인 산업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 하려면 추가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떤 산업이 얼마만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를 예측해서 석탄, 석유, 가스, 혹은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 중 무엇으로 전력을 주로 공급하고 각각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대비해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원자력 기술 자립을 하여,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 강국이 되었다.  이는 UAE에 원자로를 수출한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전체 규모로 따지면 무려 100조원에 가까운 수출 실적이다. 단일 산업으로 이만한 규모의 수출을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는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중국과 러시아 정도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스스로 이 좋은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만 좋은 일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위협이 상존하는 나라이다. 북한 핵은 우리의 안보 능력으로 비대칭이다. 즉, 우리도 핵을 가지기 전에는 감당할 만한 무기체계가 없다는 얘기이다. 핵을 직접 보유하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쓰거나, 미국의 전술핵 정도를 도입하거나 하는 등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다. 특히 요즈음 우리나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잠수함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를 만드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핵연료이다. 핵연료가 없으면 핵추진잠수함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핵연료를 생산하려면 우라늄을 농축해야 하는데 국제적인 제약으로 우리나라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핵연료를 만들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적인 제약으로 못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탈 원전을 하면서 핵연료 공장이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탈 원전을 하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것들이 바로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열과 풍력 등이 경쟁력이 생기고,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 우리는 태풍과 호우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많이 당하고 있다. 모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바로 탄산가스이다. 탄산가스는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부 간에 협약을 맺어서 각국의 탄산가스 발생량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가입하고 있어 탄산가스 발생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다. 규제를 맞추지 목하면 탄소세라는 일종의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탄산가스 발생의 상당 부분이 전기를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석유나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탈 원전으로 원자력발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그것을 화석연료가 대체하거나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감당해야 한다. 화석연료는 더 많은 탄산가스를 발생시킬 것이고,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탈 원전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 수준이다. 원자력 에너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원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위해서는 핵연료인 우라늄 구매와 이를 농축하는 비용만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차례 에너지 파동을 겪었다. 원인은 당연히 에너지 자립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탈 원전으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마저 포기 한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은 요원한 얘기가 되고 외국의 상황에 따라 국가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산업경쟁력은 한없이 내려갈 수 있다.

그 동안 원자력 전문가들이 무슨 의견을 제시하면 ‘원자력 마피아’로 몰리게 되어 무슨 의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마치 원자력 계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으로 치부 당하고 말았다. 아마 다른 분야도 거의 비슷하리라고 생각된다. 전문가의 의견 따위는 무시당하고 대부분 조직이나 분야 이기주의로 매도당하고 있다. 원자력 마피아들은 천신만고 끝에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을 자립하였다. 오히려 칭찬 받아야 한다.

탈 원전으로 인한 각종 모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모순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탈 원전 정책을 빨리 포기하기 바란다. 제발 더 이상 비전문가들이 만든 정책이 국가의 여러 부문을 병들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헬로디디(https://www.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