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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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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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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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근육을 단련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젊은 세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듯하다. SNS상으로 개인 트레이너의 무서움을 털어놓는다거나 운동을 독촉하는 유머러스한 동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면 말이다. 다만 운동에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버트레이닝`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몸이 건강해지기는커녕 다칠 위험성만 커진다. 또 근육은 휴식을 취해야만 더 크고 강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도 좋지만 그만큼 휴식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몇 년 전 필자는 신장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놀라움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또 앞으로의 일들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간 연구며 강의, 또 다른 행정 업무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결과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에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것이 큰 병이라니 말이다. 그 감정도 잠시, 필자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긴 과정을 맞닥뜨려야 했다.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긴 휴가를 얻은 셈이었다.

20대에 미국에서 귀국해 교수가 된 이후 필자는 나름대로 삶을 즐기면서 `완행열차`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필자의 아내가 보기에는 여유 없는 일정 속에서 `급행열차` 같은 매일을 보내왔다. 다행히 생사의 기로에서 벗어나고 보니 병원에 누워 괴롭기는 해도 이 시간 자체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에 나오는 `뜻밖의 선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퇴원 후 일상생활에 돌아오면서부터는 주말과 휴가를 이용해 포항 근교나 경주까지 나가 아내와 함께 보내는 느긋한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큰 에너지가 되어 다시 대학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많은 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다. 갑자기 큰 병을 겪거나 쉬게 되었을 때 좌절하거나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본다. 하지만 사실 현대인의 대다수는 운동에서 말하는 `오버트레이닝` 상태에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의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어쩌면 휴식은 뜻밖의 선물일 수도 있다. 고된 운동 뒤 휴식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우리 몸의 근육처럼 휴식 이후엔 내면을 더욱더 단단하게 단련할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 최고의 문호 괴테 역시 "충만이나 힘은 도망가지 않는다"며 잘 쉬어두면 좋을 때는 한층 더 좋아진다고 했다.

지금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외출보다는 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조용히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권하고 싶다. 전염병 확산 방지는 물론이고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위한 자신만의 재충전이 될 테니 말이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