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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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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0 /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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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구가 아주 잘됩니다."

한 동료 교수가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를 물으니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불필요한 회의나 출장이 크게 줄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필자도 여러 회의나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부득이하게 진행되는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그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우리가 얼마나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살았는지도 새삼 깨닫고 있다. 올 초 구글에 근무 중인 포스텍 동문에게 구글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을뿐더러 경우에 따라선 재택을 중심으로 하되 정말 중요한 회의만 참석하도록 하는 유연한 근무 형태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조건 사무실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한다고 해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만이 정답이 아닌 시대가 온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급하지 않은 회의와 출장이 크게 줄어들고, 불필요한 대면 협의나 토론도 거의 하지 않게 됐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대면 업무를 시행한 이후 업무 효율이 비슷하거나 좋아졌으며, 심지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대면으로 이뤄졌던 모든 회의나 출장이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조사를 보면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3.7회 회의를 하고, 그중에도 1.8회는 대체로 불필요한 점검이나 협의를 위한 회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보통 한 번 회의에 51분이 소요되는데, 그나마도 회의 시간의 31%는 잡담에 쓰인다고 했다. 게다가 지방에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은 회의 1~2시간을 위해 왕복 8시간을 오가고, 이른 아침 회의를 위해선 서울 호텔에 머물러야 한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돌아오더라도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이나 대학 모두 불필요한 출장이나 회의를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반년간 회의나 대면 행사를 줄이더라도 생산성에 큰 영향이 없고, 효율도 오른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게다가 직장인들이 업무 성과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성과 평가나 관리는 과거와 다른 기준을 수립해야겠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기관이 선도적으로 업무 문화를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이 말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사회가 코로나19 이후 바뀔 일상을 전과 다름없이 풍요롭게 만들어가기 위해 격식을 배제하고 효율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