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희 한국핵물질관리학회 회장(포항공과대학교 겸임교수)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는 것은 슬플 때나, 또는 힘이 모자라 강자에게 밀릴 때 내 상황을 알리고 방어하는 수단이다. 지금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는가. 탈핵·반핵정치가 이렇게 엄중하고 위협적인데 나서기가 너무 두렵다. 나이 들어 자연사(自然死)해도 서러운 법이건만 하물며 건강하게 숨을 쉬고 있는데 고려장을 당하니 힘이 없는 처지에 放聲大哭(방성대곡)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40년전 이 나라 산업에 생명의 불을 지폈고, 우리 삶을 윤택의 길로 들게 해 준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6월 19일 0시에 강제적으로 영원히 숨을 멈춘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2016년 말까지 원자력 전체 발전량의 4.7%를 생산했다. 2016년 한 해에만 부산시가 주택용으로 1년 간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했다. 장년의 나이에 아직도 건강하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환자도 아니다. 그러나 숨을 거두어야 한다.

지난 6월 8일, 탈핵·반핵 분위기의 두려움에 “퇴역(退役)”이라는 이름으로 고리 1호기의 영광과 업적을 조촐하게 기념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스스로를 위로해도 퇴역은 아니다. 퇴역이라는 것은 조직과 관련된 모든 사람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명예로운 은퇴가 아닌가. 고리 1호기는 그 업적에 대한 칭송은커녕 아직도 힘찬 숨을 쉬고 있는데도 가마니에 둘둘 말려 고려장을 당하는, 퇴역이 아니라 불명예제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일만 해왔는데 불명예제대라니, 放聲大哭(방성대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탈핵과 반핵이 주장하는 중심이 경제에서 환경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먹거리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일게다.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환경지킴이 역할을 할 모양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우리 원전기술 수출을 막으려고 있잖은가. 국민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정당한 수출을 방해하는 나라가 동서고금에 있던가. 수출경쟁국인 일본은 우리가 퇴진 한다는 소식에 기쁜 속내를 감추려고 갖은 얘를 쓰고 있다. 원전수출 반대 행동과 주장은 혹시 그들이 그토록 혐오 시 하는 친일은 아닌가.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석탄발전소와 경유차를 퇴출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미 3개 노후 석탄발전소에 대해서 1개월의 한시적인 퇴출도 시행했다. 환경을 더럽히는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2013년 기준) 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14%, 경유차는 11% 이다. 공장에서의 미세먼지 배출은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장운전을 중지하고 문을 닫아걸어야 하는 것이 우선 시급한 일이 아닌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고 신재생에너지로 가잔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20%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만일 이 비중이 풍력과 태양광을 이야기 한다면 한 가지 크게 궁금하다. 원전보다 훨씬 넓은 땅이 필요하며 풍차 또는 태양광 모듈이 설치된 주변 땅은 못 쓰게 되고, 바람과 햇빛이라는 날씨요소에 처분을 맡기며, 햇빛이 반사되고 저·고주파 발생으로 야기되는 경제와 환경문제를 왜 언급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같은 양 20%를 대비하는 대체발전소가 항상 준비된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만일 20% 비중이 쓰레기를 태운 전력생산을 말한다면(쓰레기소각 발전도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 포함된다) 그건 국민기만이다. 풍력, 태양광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준비도 부족한데 원전부터 닫고 건설을 중단하면 전력이 모자라 공급이 불안정하고 전기료가 비싸질 텐데 누가 보상해주고 책임질 것인가? 혹시 누군가가 탈핵·반핵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적 보장을 해준 것인가.

우리도 일본도 에너지 섬이다. 유럽과는 달리 도움을 줄 이웃이 없다.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모든 원전 운전정지 후 에너지자원 무역역조와 전기료 상승을 못 이겨 일본은 원전시대 재개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22%를 원전이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출에도 국가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전제로를 추진하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수력, 갈탄, 풍력이 있고 이웃나라로부터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유럽은 24시간 품질 좋은 바람이 분다. 독일은 미국이 지난 6월 1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협약이행의 목표달성을 위해 미국 없이 협정을 끌고 가겠다고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갈탄발전을 늘리고 있다. 2015년 기준 독일은 CO2 연간 배출량 세계 6위국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풍력 같은 신재생이 안정적이라면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언행에는 무게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신뢰한다. 제대로 가진 자원도 없이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이야기이다. 무리하다는 국내 산업계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대응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BAU 대비 37%) 중 국내 감축분 2억1900만t(BAU 대비 25.7%)의 55.2%를 발전과 산업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제로이며 저탄소 시대를 이끌 선봉장인 원전을 닫겠다고 하니 다음엔 석탄발전과 산업 차례인가. 이젠 공장도 문을 닫아야 할 테니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겠구나. 청년 실업자가 放聲大哭(방성대곡)을 하겠구나.

경주 강지진에도 우리 원전은 끄떡없음이 입증되었고, 세계도 우리 원전 기술과 안전을 인정하는데 탈핵·반핵은 원전의 안전을 못 믿겠다고 한다. 그들은 전문가도 믿지 않고 험악한 비난만 한다. 소통을 애기하면서 귀는 닫고 입만 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들 생각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말에는 귀를 기울인다. 이게 바로 소통인가 보다. 비상시 전력이 부족해지고 공급이 불안정해져 경제가 위축되고 지속가능이 무너질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에너지 문제는 국방 문제와 동격이다. 그래서 에너지안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안보를 누가 책임지나.

원자력발전 역사를 열고 산업발전을 견인한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9일 0시에 숨을 멈추고 졸(卒)한다. 放聲大哭(방성대곡)하면서 애도할 뿐이다. 그 동안 정말 수고하고 고생했음을 고마워하면서.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신기한 의술(기술)도, 만병통치약도 원전의 건강지킴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다. 탈핵·반핵은 나이가 차는 순서대로 원전을 죽일 테니까. 예측 가능한 원전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어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그리고는 때가 되면 이별이 슬퍼 放聲大哭(방성대곡)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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